동의보감 내경편 권02 - 꿈
꿈은 모두 혼백이 사물에 작용하여 생기는 것이다. 또, 몸[形]이 사물을 만나면 일이 생기고, 신(神)이 사물을 만나면 꿈이 된다고 하였다. 《유취》
옛 진인(眞人)들은 잘 때 꿈을 꾸지 않았다. 잘 때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신(神)이 온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리》
심(心)이 실하면 걱정하거나 놀라거나 괴이한 일에 대한 꿈을 꾼다. 허하면 혼백이 날아다니고 어지러운 꿈을 많이 꾼다. 별리산ㆍ익기안신탕을 써야 한다. 《입문》
《영추》에, "위기(衛氣)가 낮에 양분(陽分)을 돌면 눈을 뜨고 깨어나며, 밤에 음분(陰分)을 돌면 눈을 감고 잠을 잔다"고 하였다.
정강성이, "입과 코의 호흡은 혼(魂)의 작용이고, 귀와 눈의 보고 듣는 것은 백(魄)의 작용이다. 귀와 눈을 입과 코에 대비하여 말하면 입과 코는 양이 되고 귀와 눈은 음이 된다. 귀ㆍ눈ㆍ입ㆍ코를 장부에 대비하여 말하면 귀ㆍ눈ㆍ입ㆍ코는 양이 되고 장부는 음이 된다. 그러므로 양기가 몸의 바깥에서 양분을 25번 운행하면 귀ㆍ눈ㆍ입ㆍ코가 모두 양기를 받아 지각하여 보고, 듣고, 움직이고 깨어날 수 있게 된다. 양기가 몸 안의 장부에서 음분을 25번 운행하면 귀ㆍ눈ㆍ입ㆍ코에 양기의 움직임이 없어 지각을 할 수 없어서 잠을 잔다"고 하였다. 잘 보고 듣는 것이 어찌 양기의 작용이 아니겠는가? 《입문》
《영추》에, "족태양이 목덜미를 지나 뇌로 들어가는 곳이 있다. 눈의 뿌리에 이어지기 때문에 '안계(眼系)'라 하는데, 목덜미 가운데 두 힘줄 사이에 있다. 뇌로 들어가서 음교맥과 양교맥으로 갈라진다. 음양이 교차하여 양은 음으로 들어가고 음은 양으로 나와 음양이 목예자(目銳眥)목내자(目內眥)가 맞다에서 만난다. 양기가 성하면 눈을 뜨고 음기가 성하면 눈을 감는다"고 하였다.
목내자란 눈의 안쪽 각으로 정명혈 위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衛氣)가 음분(陰分)에 들어가지 못할 때는 늘 양분(陽分)에 머문다. 양분에 머물면 양기가 가득 차고, 양기가 가득 차면 양교맥이 왕성해져 음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눈을 감지 못한다. 또 위기(衛氣)가 음분에 머물고 양분으로 다닐 수 없을 때는 음기가 왕성해지고, 음기가 왕성하면 음교맥이 가득 차서 양분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눈을 감는다. 《입문》
마음을 많이 써서 담(膽)이 차가워져 밤에 누워도 잠들지 못할 때에는 정지원처방은 신문(神門)에 나온다에 산조인(볶은 것)과 백자인(볶은 것)을 더하고 주사와 유향을 겉에 입힌다. 이것을 대추 달인 물로 50알씩 먹는다. 가미온담탕도 이런 때에 주로 쓴다. 《의감》
마음을 많이 쓰면 담이 차가워져 밤에 누워도 잘들지 못한다.
어떤 부인이 생각이 많아서 2년 동안 잠을 자지 못하였다. 대인(戴人)이, "양 손의 맥이 모두 완(緩)한 것은 비(脾)가 사기를 받은 것이다. 비는 생각을 주관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라 하고, 부인을 성나게 하여 자극을 주기로 남편과 의논하였다. 재물을 많이 받고 며칠 동안 술을 마신 후 1개의 처방도 내지 않고 가버렸다. 그 부인이 땀이 나도록 몹시 화를 내고는 그 날 밤 곤히 잠들어 이 상태로 8-9일 동안 깨어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음식을 먹으면서 맥이 화평해졌다. 이것은 담(膽)이 허하여 생각을 주관하는 비(脾)를 조절하지 못해 잠들지 못한 것이다. 성나게 하여 자극을 주니 담이 다시 비(脾)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잠들게 된 것이다. 《자화》
생각이 많은 것(비(토)가 강한 것)을 화를 나게 하여(목)으로 상극시켜 조절시켰다는 것이다.
황제가, "노인이 밤에 잠들지 못하는 것은 어떠한 기 때문이며, 젊은 사람들이 낮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어떠한 기 때문입니까? "라 하니, 기백이, "젊은 사람들은 기혈이 왕성하여 기육이 매끄럽고 기가 도는 길이 잘 통하며 영위의 운행이 상도(常道)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정신이 맑고 밤에는 잠을 자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기혈이 쇠약하여 살이 마르고 기가 도는 길이 막히며 오장의 기가 맞부딪치고 영기가 쇠약하여 위기(衛氣)가 대신하여 흐릅니다. 그래서 낮에는 정신이 맑지 않고 밤에는 잠들지 못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 《영추》
상한이나 잡병에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양이 허하고 음이 성한 것이고, 잠이 없는 것은 음이 허하고 양이 성한 것이다. 밝은 곳을 좋아하는 것은 양증에 속하니, 원기가 실한 것이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것은 음증에 속하니, 원기가 허한 것이다. 잘 때 벽을 향해 눕는 것은 음증에 속하며, 원기가 허한 것이다. 바깥을 향해 눕는 것은 양증에 속하며, 원기가 실한 것이다. 《회춘》
사람이 누우면 혈이 간으로 돌아간다. 이제 혈이 고요하지 못하여 누워도 간으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다. 《강목》
황제가, "사람이 누웠을 때 불안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라 하니, 기백이, "오장에 상한 곳이 있고 정(情)에 치우친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그 병이 있는 줄 알지 못하지만 그 병에 걸리면 누워도 편안하지 못합니다"라 하였다. 《내경》 십사우원처방은 신문(神門)에 나온다을 주로 쓴다. 심간(心肝)이 허하여 잠들거나 누웠을 때 불안한 것도 치료한다.
황제가, "사람이 바로 눕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라 하니, 기백이, "폐는 오장의 덮개입니다. 폐기가 성하면 폐가 커지고, 폐가 커지면 바로 누울 수 없습니다"라 하였다. 폐를 맥(脈)이라 한 곳도 있다 또, "족삼양경은 하행합니다. 양명은 위맥(胃脈)으로 그 기 역시 하행해야 합니다. 양명이 거슬러 올라 그 길을 벗어나기 때문에 눕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경(下經)에 '위(胃)가 조화롭지 못하면 누워도 불안합니다'라고 한 것입니다. 제대로 눕지 못하고, 누우면 숨이 찬것은 수기(水氣)가 침입하였기 때문입니다"라 하였다. 《내경》
간허ㆍ신허ㆍ비허는 모두 몸을 무겁고 답답하게 한다. 석(釋)에, "간이 허하면 비(脾)를 조절하지 못하여 몸이 무거워지고, 신(腎)이 허하면 비(脾)가 성하여 몸이 무거워진다"고 하였다. 또, "비(脾)가 병들면 몸이 무겁다"고 하였다. 또, "족태음맥에 병이 들면 몸이 무겁다"고 하였다. 《내경》
나른하여 눕기 좋아하는 것은 비위에 습이 있기 때문이다. 평위산처방은 내상문에 나온다을 써야 한다. 몸이 무거운 것은 습 때문이다. 《동원》
《내경》에, "족양명맥에 이상이 있으면 병이 들어 사람과 불을 싫어하고, 문과 창문을 닫고 혼자 있고자 한다. 소음이 허할 때도 문과 창문을 닫고 혼자 있고자 한다"고 하였다. 또, "족양명경이 궐역(厥逆)하면 숨이 차고 답답해한다[惋]. 답답하기 때문에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였고, 석(釋)에, "'완(惋)'은 열이 속에 쌓여 답답한 것이다"라 하였다.
잘 때 모로 누워 무릎을 굽히고 자면 심기(心氣)를 도울 수 있다. 일어날 때 기지개를 켜면 정신(精神)이 흩어지지 않는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마귀와 귀신을 부르게 된다. 공자(孔子)가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활인심》
낮잠을 자서는 안되니, 기가 빠지기 때문이다. 또한 저녁에 잘 때는 늘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입을 열면 기가 빠지고 사악한 기가 입으로 들어와 병이 되기 때문이다. 기력을 보태는 데는 무릎을 굽히고 모로 누워 자는 것이 반듯하게 누워 자는 것보다 낫다. 공자는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았다. 그래서 "잘 때는 구부리는 것을 꺼리지 말고, 일어날 때 기지개 켜는 것을 꺼리지 말라"고 한 것이다. 사람이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서 자면 귀신 들리는 수가 있다. 또한 사람이 잘 때는 하룻밤에 늘 5번씩 돌아누워야 한다. 《득효》
밤에 편안하게 자지 못하는 것은 이불이 두터워 열이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빨리 이불을 치우고 땀구멍을 닦아야 한다. 이불이 얇아서 추울 때 이불을 더 덮으면 절로 편안히 잠들게 된다. 배고파서 잠이 오지 않으면 약간 먹는 것이 좋고, 배불러서 잠이 오지 않으면 차를 마신 후 약간 걷거나 앉아 있어야 한다. 《동원》
등불을 켜 놓은 채 잠을 자면 사람의 신(神)이 불안해진다. 《활인심》
항상 누워 잘 때는 똑바로 누워서 손을 가슴 위에 얹지 말아야 하니, 반드시 가위눌려 제대로 잠을 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가위눌렸을 때는 불을 비추면 안 되고 앞으로 가까이 가서 급히 불러도 안 된다. 다만 가슴 위에 있는 손을 치워준 뒤 천천히 불러 깨우고 조각 가루나 반하 가루를 콧속으로 불어넣는다. 그러면 곧 깨어난다. 《천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