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6) - 정
정은 몸의 근본이다.
《영추》에, "두 사람의 신(神)이 서로 부딪쳐 하나가 되어 형(形)을 만드는데, 항상 몸이 생기기 전에 먼저 생겨나는 것을 정(精)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정은 몸의 근본이다. 또, "오곡의 진액이 섞여 기름이 되는데 이것이 뼈의 구멍으로 스며들어 골수와 뇌를 채운 뒤 사타구니로 흘러간다. 음양의 조화가 깨지면 정액이 음부(陰部)로 넘쳐흐르게 된다. 지나치게 빠져나가면 허하게 되고, 허하게 되면 허리와 등이 아프고 정강이가 시큰거린다"고 하였다. 또, "골수는 뼈를 채우고 있는 것이고 뇌는 수해(髓海)이다. 수해가 부족하면 머리가 빙빙 돌고 귀가 울며, 정강이가 시큰거리고 눈이 어지럽고 캄캄해진다"라 하였다.
정은 지극한 보배이다.
정이란 지극히 좋은 것을 부르는 말이다. 사람에게 정은 가장 귀한데 그 양은 매우 적다. 몸 속에는 모두 1되 6홉이 있는데 16세의 남자가 아직 정을 내보내기 전의 양이며 질량은 1근이다. 이것을 모아서 가득 채우면 3되가 되지만 덜어내어 축내면 1되도 되지 않는다. 정과 기는 서로 기르므로, 기가 모이면 정이 가득 차고 정이 가득 차면 기가 성해진다. 매일 먹는 음식 중의 정수가 정이 되기 때문에 정이라는 글자는 미(米)와 청(靑)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사람이 16세가 되면 정액이 나오는데 1번 교접하면 반 홉을 잃게 된다. 잃기만 하고 채워주지 않으면 곧 정이 고갈되고 몸이 지치게 된다. 그러므로 성욕을 절제하지 않으면 정이 소모되고, 정이 소모되면 기가 쇠하며, 기가 쇠하면 병이 오고, 병이 오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아! 정(精)이여! 우리 몸의 지극한 보배로구나! 《양성》
《선서》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음양의 도에서는 정액을 보배로 여긴다. 조심조심 지키면 나이를 천천히 먹는다. 〈경송〉에 '도는 정을 보배로 여기니 보배를 지킬 때는 은밀히 간직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것을 주면 사람을 낳고 자신에게 남기면 자신을 살린다. 자식을 만드는데 써도 좋지 않은데 어떻게 헛되이 버릴 수 있겠는가? 함부로 버리고도 깨닫지 못하면노쇠하여 수명이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보배로 삼아야 할 것은 명(命)이고, 아껴야 할 것은 몸이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정이다. 간정(肝精)이 든든하지 못하면 눈이 어찔어찔하고 광채가 없다. 폐정(肺精)이 부족하면 기육이 마른다. 신정(腎精)이 든든하지 못하면 신기(神氣)가 줄어든다. 비정(脾精)이 든든하지 못하면 치아가 드러나고 머리털이 빠진다. 만약 진정(眞精)을 다 써버리면 질병이 생기고 곧 죽음에 이른다'고 하였다. "
상천옹이, "정은 기를 낳고 기는 신을 낳는다. 우리 몸을 키우고 지켜 주니 우리 몸에서 이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양생하는 사람은 먼저 정을 아껴야 한다. 정이 가득하면 기가 튼튼해지고, 기가 튼튼하면 신이 왕성해지며, 신이 왕성하면 몸이 건강하게 된다. 몸이 건강하면 병이 적어져서 안으로는 오장이 충만해지고 겉으로는 피부가 윤택해지고, 얼굴에서 빛이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튼튼해지기 때문이다"라 하였다.
오장에는 모두 정이 있다.
《난경》에, "심(心)은 정즙(精汁) 3홉을 담을 수 있고, 비(脾)에는 산고(散膏) 0.5근이 있으며, 담(膽)은 정즙 3홉을 담을 수 있다"고 하였다.
내경》에, "신(腎)은 수(水)를 주관하고 오장육부의 정을 받아서 저장한다"고 하였다. 주(註)에, "신(腎)은 정을 모아 관장하는 곳인데 신 하나만 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 하였다.
오장이 각기 정을 저장하지만 결코 그 곳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교감하기 전에는 정이 혈 속에 있어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교감을 한 후 욕화가 극에 달하면 온몸을 흐르는 피가 명문(命門)에서 정으로 변화하여 새어 나간다. 그러므로 사람에게서 배출된 정을 그릇에 담아 약간의 소금과 술을 섞은 뒤 하룻밤 밖에 두면 다시 혈이 된다. 《진전》
정을 굳게 간직하려면 금쇄사선단ㆍ대봉수단ㆍ비진환ㆍ옥로환ㆍ금쇄단을 복용하여야 한다.
금쇄사선단
정기(精氣)가 굳지 못한 것을 치료한다. 연화예ㆍ연육ㆍ검실을 모두 같은 양으로 가루내고 금앵자를 졸여 만든 고약으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소금물로 30알씩 빈속에 먹는다. 1개월을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나 정이 새어 나가지 않는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정신(精神)이 굳어져서 땅에 사는 신선이 된다. 《입문》
대봉수단
심화(心火)가 성하고 신수(腎水)가 부족한 것을 치료한다. 마음에 욕구가 있으면 쉽게 마음이 동하여 빠르게 새어나간다. 황백(볶은 것) 2냥, 사인 1냥, 감초 5돈, 반하(볶은 것)ㆍ저령ㆍ복령ㆍ붉은 연화예ㆍ익지인 각 2.5돈. 이 약들을 가루내어 소금물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찹쌀로 쑨 미음으로 50알이나 70알씩 빈속에 먹는다. 《해장》
비진환
일명 비원단이다. 정기(精氣)가 굳지 못한 것을 치료한다. 흰 용골 1냥(따로 간 것), 큰 가자피 5개, 주사 5돈이 중 1푼은 겉을 입힌다, 사인 5돈. 이 약들을 가루내어 찹쌀 풀로 반죽하여 녹두만 하게 환을 만들고 주사로 겉을 입힌다. 소금 탄 술로 2알씩 빈속에 먹고, 잘 때 찬물에 3알씩 먹는 데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정(精)이 아예 나오지 않게 된다. 《하간》
옥로환
흰 용골(구증구포한 것)ㆍ토사자(술로 법제한 것)ㆍ구자(기와에서 약간 볶은 것) 각 3냥. 이 약들을 가루내어 꿀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소금물로 10알씩 빈속에 먹는다. 처음 복용할 때는 성생활을 피한다. 《활인심방》
금쇄단
육종용 5냥(술에 담갔다 찧어서 고약을 만든 것), 파고지(약간 볶은 것) 4냥, 파극(심을 제거한 것)ㆍ부자(습지에 싸서 구운 것) 각 2냥, 호두살 20개. 이 약들을 가루내어 육종용고와 섞어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10알씩 끓인 소금물이나 따뜻한 술로 먹는다. 식전에는 옥로환을 먹고 식후에는 금쇄단을 먹는다. 복용하고 몇 개월이 지나면 늙고 약하더라도 하원(下元)이 쇠하지 않아 영원히 정을 간직할 수 있다. 정을 내보내려면 차전자 1홉을 달인 물을 먹는 데, 묘한 효과가 있다. 《활인심방》
욕망을 줄여서 정을 모은다.
《내경》에서 64살이 되면 정수(精髓)가 다한다고 하였으니, 이때에는 성욕을 절제해야 한다. 《천금방》에서는 '60살이 되면 정을 지키고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소녀경》의 내용을 실어 놓았으니 성욕은 끊어야만 한다. 절제하여야 하는데 절제할 줄 모르고 끊어야 하는데 끊지 못하면 앉아서 생명을 잃게 되니, 이는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격이다. 《자생경》
고요히 앉아 있으면 신수(腎水)가 저절로 올라가고, 혼자 살면 색욕이 저절로 끊어진다. 《입문》
음경을 위축시키는 비방[縮陽秘方]을 써야 한다.
크기에 상관없이 거머리를 9마리 잡아 물 사발에 넣고 기르다가 7월 7일이 되면 꺼내어 그늘에 말린다. 이것에 사향과 소합향을 넣고 곱게 간 후에 약간의 꿀로 떡을 만든다. 발기할 때 이것으로 왼쪽 발바닥 가운데를 약간 문지르면 즉시 위축이 된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발기할 때 다시 문지른다. 《의감》
신병(腎病)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비결을 실행해야 한다. 내신(內腎)의 구멍을 현관(玄關)이라 하고, 외신(外腎)의 구멍을 빈호(牝戶)라고 한다. 아직 진정(眞精)을 내보내지 않아 남자의 몸이 손상되지 않았을 때, 외신의 양기는 자시(子時)가 되면 일어나 몸의 기가 천지의 기와 서로 들어맞는다. 정을 내보내어 몸이 손상되면 내 몸에서 양이 점점 늦게 생겨나게 되어 축시에 생겨나기도 하고 인시에 생겨나기도 하며 묘시에 생겨나기도 하고 끝내 생기지 않아 천지에 응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을 단련하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한밤중 자시가 되면 옷을 걸치고 앉아서 양 손을 비벼 아주 뜨겁게 만든다. 한 손으로는 외신(外腎)을 감싸고 한 손으로는 배꼽을 덮은 후 내신(內腎)에 신(神)을 모은다. 오랫동안 단련하면 정이 왕성해진다. 《진전》
《내경》에, "정은 곡식에서 생긴다"고 하였다. 또, "정이 부족하면 음식으로 보한다"고 하였다. 발효시켜 향기가 진한 음식은 정을 생기게 할 수 없고 담담한 음식만이 정을 보할 수 있다. 〈홍범〉에서 맛을 논하며 "곡식에서 단맛이 나온다"고 하였다. 이 세상의 음식 중에 오직 오곡만이 참다운 맛을 가졌기 때문에 곡식을 담담하게 먹는 것이 정을 가장 잘 보양하는 방법이다. 죽이나 밥을 끓인 후 진한 즙이 가운데로 흘러 모이는데, 쌀의 정액이 모이는 것이다. 이것이 정을 가장 잘 생겨나게 하는데 시험해보면 효과가 있다. 《진전》
단계가, "굳게 간직하는 것은 신(腎)이 주관하고 막힌 것을 터서 내보내는 것은 간(肝)이 맡는다. 두 장기에는 모두 상화가 있고 간계(肝系)와 신계(腎系)는 위로 올라가 심(心)에 닿는다. 심은 군화인데 대상에 자극을 받으면 쉽게 움직인다. 심이 움직이면 상화도 움직이고, 상화가 움직이면 정이 흔들린다. 상화가 일어나면 성교를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래서 성인께서 단지 마음을 거두어들이고 수양하라고 가르치신 것이니 그 뜻이 오묘하다"고 하였다.
정을 다스리는 것은 심(心)이고, 정을 저장하고 조절하는 것은 신(腎)이다. 심신(心腎)의 기가 허하여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변을 볼 때 정이 새어 나온다. 이것을 요정(尿精)이라 한다. 무언가를 보거나 들었을 때 새어 나오는 것은 누정(漏精)이라 한다. 《직지》
처음에는 군화가 편안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다. 그런데 오래되면 상화도 제멋대로 움직여 정이 흔들리게 되어 제자리를 든든히 지키지 못한다. 심해지면 밤에 계속 새어 나오고 낮에도 줄줄 흘러나와 멈추지 않는다. 감리환ㆍ황련청심음을 복용해야 한다. 《입문》
황백ㆍ지모를 같은 양으로 하여 동변으로 9번 찌고 볕에 9번 말리고 아홉 밤을 밖에 둔 뒤 가루 낸 것을 지황을 졸인 고약으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끓인 소금물로 30-50알씩 빈속에 먹는다. 《입문》
군화가 이미 동(動)하고 상화가 따라 움직여 정이 새는 것을 치료한다. 황련ㆍ생지황ㆍ당귀ㆍ감초ㆍ복신ㆍ산조인ㆍ원지ㆍ인삼ㆍ연육 모두 같은 양. 이 약들을 썰어 5돈씩 물에 달여 먹는다. 《입문》
몽유는 전적으로 심(心)에 속한다. 성교할 때 나오는 정은 늘 조그만 흰 막에 싸여 신(腎)에 저장되어 있지만, 이 정의 근본이 되는 원정(元精)은 사실 심에 있다. 낮에 그리워하던 것을 밤에 꿈꾸면서 정을 잃게 되는 것이다. 황련청심음을 써야 한다. 《입문》
꿈에 귀신과 교접하여 정이 새는 것을 몽유라고 한다. 이것은 오로지 열 때문이므로 황백ㆍ지모ㆍ모려ㆍ합분을 사용한다. 만약 안으로 기혈이 상하여 정을 굳게 지키지 못하여 몽유하는 경우는 보해야 하므로 팔물탕을 가감한 것에 저근피환을 먹는다. 팔물탕은 허로문에 나온다
《본사》에, "젊고 튼튼한 사람이 정욕을 억제하여 유설하는 때에는 청심환ㆍ진주분환을 써야 한다"고 하였다.
고진단ㆍ녹각산ㆍ보정탕ㆍ귀원산은 모두 꿈에 교접하여 정이 새어 나가는 것을 치료한다.
고진단
유정, 몽설을 치료한다. 만잠아 2냥, 육종용ㆍ백복령ㆍ익지인 각 1냥, 용골 5돈. 이 약들을 가루내어 녹각교를 술에 담가서 녹인 것으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30알씩 따뜻한 술로 빈속에 먹고 마른 음식을 먹어 내려보낸다. 《나겸보》
녹각산
오랫동안 허하여 생긴 몽설을 치료한다. 녹각(깎아서 가루 낸 것)ㆍ녹용(연유를 발라 구운 것) 각 1냥, 백복령 7.5돈, 인삼ㆍ백복신ㆍ상표초ㆍ천궁ㆍ당귀ㆍ파고지ㆍ용골ㆍ구자(술에 하룻밤 담갔다 말린 것) 각 5돈, 백자인ㆍ감초 각 2.5돈. 이 약들을 가루내어 5돈씩, 생강 5쪽, 대추 2개, 멥쌀 100알과 함께 달여 빈속에 먹는다. 《직지》
보정탕
음허화동으로 생긴 몽설을 치료한다. 당귀ㆍ천궁ㆍ백작약ㆍ생지황(생강즙에 축여 볶은 것)ㆍ맥문동ㆍ황백(술에 축여 볶은 것)ㆍ지모(꿀에 축여 볶은 것)ㆍ황련(생강즙에 축여 볶은 것)ㆍ치자(동변에 축여 볶은 것)ㆍ건강(검게 볶은 것)ㆍ모려(달군 것)ㆍ산수유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물에 달여 빈속에 먹는다. 《의감》
귀원산
몽유가 오래되어 기가 아래로 처진 것을 치료하려면 신기(腎氣)를 끌어올려 진원(眞元)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인삼ㆍ백출ㆍ백복령ㆍ원지ㆍ산조인(볶은 것)ㆍ맥문동ㆍ황백과 지모(함께 동변에 축여 볶은 것)ㆍ검실ㆍ연화예ㆍ구기자ㆍ진피ㆍ천궁 각 5푼, 승마ㆍ감초 각 2.5푼. 이 약들을 썰어 연육 3개와 대추 1개를 넣고 물에 달여 빈속에 데워서 먹는다. 《회춘》
《내경》에, "생각은 끝이 없는데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여 음란한 생각을 지나치게 하거나, 성생활을 너무 심하게 하여 종근이 늘어지면 근위가 되고 백음이 된다"고 하였다. 신장의 정은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마음이 잘 다스려지면 정이 보존되어 새지 않는다. 만약 생각이 밖으로 지나치거나 성생활을 너무 심하게 하면 든든히 지킬 수 없어 저도 모르게 소변을 따라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근위의 원인은 종근이 늘어진 것이다. 《겸보》
또, "욕심을 한 번 품을 때마다 정이 그 생각을 따라 나온다. 이것이 오랫동안 배출되지 못하면 음경 속이 가렵고 아프며 늘 소변을 보고 싶다. 소변으로 정액이 나오거나 소변을 따라 나오지 않고 저절로 새어 나오는데, 이것을 유정이라 한다. 몽유보다 더욱 심한 것이니 팔물탕을 가감한 것에 진주분환처방은 앞에 나온다을 복용해야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