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동의보감 (4) - 신묘한 베개를 만드는 법

2019. 9. 22. 17:16

옛날에 태산 아래 어떤 노인이 살았는데 그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한(漢)나라의 무제가 동쪽으로 순행하다가 길가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인을 보았는데, 그의 등에서는 몇 척이나 되는 흰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무제가 괴이하게 여겨 도술을 닦았는지 물었다. 노인이, "제가 오래 전 85살이었을 때 노쇠하여 거의 죽을 것 같았고 머리는 희고 치아는 듬성듬성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도사가 대추를 먹고 물을 마시며 곡식을 끊는 방법과 신묘한 베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베개 속에는 32가지 약재를 넣습니다. 그 중 24가지는 좋은 것으로 24절기에 해당하고, 8가지는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八風)에 상응합니다. 그것을 베고 자니 다시 젊어져서 백발이 검게 변하고 빠진 치아가 다시 생기며, 하루에 300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180살인데 자손이 그리워 속세를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다시 곡식을 먹은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신묘한 베개의 힘으로 늙지 않고 있습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그 얼굴을 보니 50살쯤 되어 보여서 이웃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니 모두 사실이었다. 무제가 그 방법대로 베개는 만들었으나 곡식을 끊고 물을 마시는 것은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5월 5일이나 7월 7일에 산에서 측백나무를 잘라 베개를 만든다. 길이는 1자 2촌, 높이는 4촌으로 하고, 1말 2되가 들어갈 정도로 속을 비운다. 그리고 가운데가 붉은 측백나무로 두께가 2푼이 되게 뚜껑을 만드는데, 뚜껑은 꽉끼고 여닫을 수 있도록 한다. 뚜껑에 좁쌀을 넣을 수 있는 크기로 구멍을 만드는데 1줄에 40개씩 3줄로, 모두 120개를 뚫는다.

 

천궁ㆍ당귀ㆍ백지ㆍ신이ㆍ두형ㆍ백출ㆍ고본ㆍ목란ㆍ천초ㆍ계피ㆍ건강ㆍ방풍ㆍ인삼ㆍ길경ㆍ백복령ㆍ형실ㆍ육종용ㆍ비렴ㆍ백자인ㆍ의이인ㆍ관동화ㆍ백미ㆍ천초ㆍ미무(蘼蕪). 이 24가지 약재가 24절기에 상응한다. 독이 있는 것이 8가지로 팔풍에 상응하는데, 오두ㆍ부자ㆍ여로ㆍ조각ㆍ망초(菵草)ㆍ반석ㆍ반하ㆍ세신이다. 모두 32가지를 각각 1냥씩 썬다. 독약을 위에 놓고 베갯속을 채운 후 베주머니로 베갯잇을 만든다. 이것을 베고 잔지 100일이 지나면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1년이 지나면 몸에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이 하나씩 나으면서 몸에 향이 난다. 4년이 지나면 백발이 검게 되고 빠진 치아가 다시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진다. 신험한 비방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면 전해주지 않는 것이다. 무제가 동방삭에게 물으니, 그가, "옛날에 여렴이 옥청에게 전했고, 옥청은 광성자에게 전했으며, 광성자는 황제에게 전했습니다. 근래에는 곡성도사 순우공이 이 약베개를 베어서 100살이 넘어도 백발이 되지 않았습니다. 병이 올 때는 모두 양맥(陽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약베개를 베면 풍사가 사람에게 침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베주머니로 베갯잇을 만들지만 가죽주머니로 다시 감싸 놓았다가 베개를 베고 잘 때만 벗겨내야 합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노인에게 비단 1필을 상으로 내렸는데 노인이 받지 않고 말하기를, "임금과 신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습니다. 자식이 도를 듣고서 부모에게 아뢰는 것이니, 도의상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저는 도를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폐하가 선행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그만두고 다시 여러 가지 약을 상으로 내렸다. 《운급칠첨》